바보 같은 모습에 속지 마세요, ‘이매탈: Hunchback Session IPA’
하회탈은 탈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웃는 얼굴을 가지며 쓰는 사람의 역할과 감정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 보여 높은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죠. 이런 하회탈과 함께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습니다.
한 마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재앙이 계속 일어나던 어느 날, 그 마을에 살던 허도령의 꿈에 산신령이 나타났습니다. 산신령은 아무도 모르게 탈을 완성하면 신의 노여움이 풀리고 마을이 다시 평안을 찾을 것이라는 것을 일러주며 다만, 만일 누가 엿보거나 알게 되면 그 자리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허도령은 꿈에서 깨자마자 집에 금줄을 치고 탈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마지막 탈 완성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허도령을 사모하던 처녀가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그를 훔쳐보니, 천지가 진동하며 허도령은 그만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답니다. 그때, 미처 완성되지 못한 턱이 없는 탈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매탈’입니다.
바보 같아 보인다고? 천만의 말씀!
이매탈은 바보탈 혹은 병신탈이라고도 불립니다. 미처 완성되지 못한 턱 때문에 항상 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이죠. 눈과 눈썹은 아래로 축 처져 있으며 코는 넓적 펑퍼짐하고 좌우 근육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 때문에 웃는 얼굴이 바보스럽기도 하고 순진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매탈을 쓰고 얼굴을 약간 비스듬히 젖히면서 웃으면 바보스러움이 한껏 더 살아나죠.
이 바보 같고 순진해 보이는 이매는 남을 비방하거나 해롭게 하기보다는 놀림을 다 받아주는 착하고 순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선비의 하인입니다. 초랭이에게 놀림을 당하지만 너무나 맑고 순박하며 걱정 하나 없는 듯한 미소와 행동으로 하여금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이매를 보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을 때 사람들이 이매의 모습처럼 맑고 순수한 표정을 짓도록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연 있는 탈과 사연 있는 맥주
겉모습은 사람들의 웃음을 사고 모자라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매탈의 모습에는 안타깝고도 슬픈 전설이 있었죠. 사연 없는 사람 없다지만, 맥주 중에도 탄생에 비화가 있는 스타일의 맥주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션 아이피에이(Session IPA)’라는 스타일인데요, Session이라는 단어는 특정한 활동을 위한 어떤 시간을 일컫는 말입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의 펍들은 하루에 4시간씩 2번의 영업이 허용되었습니다. 전쟁 물자를 생산하던 노동자들이 이 시간을 이용하여 일하는 중간에 가볍고 도수가 낮은 맥주를 마시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랬다고 합니다. 이들에겐 이 세션이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덜 취하고 많은 양을 마시기 위해 대부분 3~5도짜리의 맥주를 마셨다고 해요. 여기서 유래되어 도수가 낮은 맥주인 세션 비어(Session Beer)가 탄생된 것이죠.
세션 아이피에이는 보통 도수가 5.5~7.5%인 아이피에이(IPA)의 맛과 특징은 살리되 도수를 낮춘 것으로 대부분 5%가 넘지 않는 3~4%의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겉모습은 가벼워 보이고 얕잡아 볼 만한 도수이지만 그 맛은 전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세션 아이피에이입니다. 누구든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도수도 비교적 낮은 맥주의 특징이, 턱이 없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누구든지 이 탈을 쓰면 웃는 얼굴을 보인다는 점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이매탈에 세션 아이피에이라는 스타일을 부여하게 되었어요.
더운 여름엔 가볍게 벌컥벌컥 마시는 게 최고지!
화사한 과일 향과 IPA 특유의 홉의 풍미를 갖추고 있지만, 낮은 도수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헌치백 세션 아이피에이. 갤럭시 홉(Galaxy Hop)과 시트라 홉(Citra Hop)을 드라이 호핑하여 솔 향과 시트러스 향의 조화로운 풍미를 만들어냈으며, 맥주가 목을 타고 내려갈 때는 깔끔하면서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더운 여름 날씨에 갈증이 나고 짜증이 밀려올 때 헌치백 한 잔이면 순수하고 천연덕스럽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이매탈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여러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웃고 있는 이매탈의 모습에 같이 웃으면서 속아 넘어가시면 안 돼요. 도수가 낮고 목 넘김이 좋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헌치백을 한 잔, 두 잔, 세 잔 계속 마시다 보면, 탈 놀이에서 흥에 겨워 급히 움직이려다 비틀비틀 쓰러지는 이매의 모습을 일컫는 ‘비틀비틀 이매걸음’으로 걷고 있는 자신을 보시게 될지도 모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