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색은 ‘이것’으로 결정된다?

Aug 7, 2020 | 매거진

황금빛 맥주, 노란빛, 밝은 오렌지 컬러, 적갈색의 외형, 탁한 주황빛, 짙은 갈색 맥주. 맥주를 마시기 전, 잔을 통해 보이는 맥주의 색을 통해 ‘이 맥주는 쓸 것 같아’, ‘이건 왠지 과일 맛이 날 것 같은데?’, ‘맛이 진할 것 같네’ 등 그 맥주가 어떤 스타일인지는 몰라도 맛이 어떨 것 같다는 추측을 하곤 합니다. 특히 수제 맥주는 그 종류가 다양한 만큼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죠. 혹시 수제 맥주가 다양한 색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계시나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맥주의 색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맥주의 주 재료 중에 하나인 ‘몰트(Malt)’입니다. 몰트란 보리에 물을 부어 싹만 틔운 후 바로 건조한 것을 일컫는데요, 보리 麥, 싹 芽 보리의 싹이라는 뜻에서 맥아라고도 부릅니다. 맥주를 만들 때는 건조하거나 구운 몰트를 사용하는데 몰트의 건조 상태나 볶는 시간, 볶는 온도에 따라 맥주의 색, 풍미, 향, 바디감 등이 달라지게 됩니다.  . 로스팅을 낮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동안 한 몰트를 사용하게 되면 밝은 색을 띤 맥주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고, 높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로스팅을 한 몰트를 사용하게 되면 진한 색을 띤 맥주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몰트는 각각 로스팅 된 환경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양조를 할 때 맥주가 가졌으면 하는 색이 있으면 그 색상을 나타낼 수 있는 몰트들을 조합하여 사용하게 됩니다. 그럼 원하는 색상에 따라 사용되는 몰트의 종류들을 한번 알아볼까요?
몰트의 종류는 크게 맥주의 기본이 되는 베이스 몰트(Base Malt)와 스페셜 몰트(Special Malt)로 나뉩니다. 베이스 몰트와 스페셜 몰트는 잡곡밥에 빗대어 이야기할 수 있어요. 베이스 몰트는 밥을 지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흰쌀, 스페셜 몰트는 조, 피, 수수, 흑미 등 잡곡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밥을 할 때 흰쌀만으로 밥을 짓는 경우는 있지만 잡곡만으로 밥을 짓는 경우는 없는 것처럼, 베이스 몰트만을 사용하여 맥주를 만들기도 하지만 스페셜 몰트만을 사용하여 맥주를 만드는 경우는 드뭅니다. 스페셜 몰트는 베이스 몰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량 첨가되며 맥주에 다양한 풍미와 컬러를 입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스페셜 몰트로 인해 맥주의 특징이 결정되는 것이죠.
[베이스 몰트(Base Malt)]
베이스 몰트는 보통 풍미가 적고 컬러가 옅으며 맥주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몰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몰트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베이스 몰트에는 필스너 몰트, 뮤닉 몰트, 비엔나 몰트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보리가 아닌 밀로 만든 몰트도 맥주의 베이스로 종종 사용됩니다.
왼쪽부터 차례로 필스너 몰트, 비엔나 몰트, 뮤닉 몰트
– 필스너 몰트(Pilsner Malt): 이름처럼 필스너에 주로 사용되는 몰트. 밝은 에일 색상의 맥주 재료로도 사용되며 베이스 몰트 중에서 색상이 맑은 편이라 페일 몰트라고도 불리며 대게 다른 몰트와 혼합하여 사용됩니다.

– 비엔나 몰트(Vienna Malt): 황금색을 띠고 있는 몰트. 맥주의 색이 황금빛을 띠게 만들며 맥주에조금 더 고소한 맛을 더해줍니다.

– 뮤닉 몰트(Munich Malt): 호박색을 띠고 있는 몰트. 맥아의 깊은 고소함을 느낄 수 있으며 옥토버페스트(Octoberfest)와 복(Bock)과 같은 스타일의 맥주에 많이 사용됩니다.

– 밀 몰트(Wheat Malt): 밀 맥주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재료로 밀을 사용한 맥주는 보리로 만든 것보다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스페셜 몰트(Special Malt)]
스페셜 몰트는 맥주를 만들 때 베이스 몰트보다 적게 사용되며 맥주의 색상을 만들어주고 몰트의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스페셜 몰트의 종류에는 카라멜 몰트, 엠버 몰트, 초콜릿 몰트, 블랙 몰트 등이 있습니다.
왼쪽부터 차례로 앰버 몰트, 카라멜 몰트, 초콜릿 몰트, 블랙 몰트
– 앰버 몰트(Amber Malt): 가볍게 로스팅 되어 빵과 비스킷 같은 맛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몰트이며 맥주가 짙을 호박색을 띠게 합니다.

– 카라멜 몰트(Caramel Malt): 맥주의 색상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로스팅 된 정도에 따라 부드러운 풍미부터 진한 카라멜, 약간의 달콤한 맛 등 맥주의 바디, 입안의 질감, 단맛 등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 초콜릿 몰트(Chocolate Malt): 어두운 색상을 띠고 있는 몰트로 주로 포터, 스타우트 등에 사용되며 달콤 쌉쌀한 다크초콜릿의 맛과 적당한 탄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 블랙 몰트(Black Malt): 가장 색이 짙은 몰트로 일정량 이상 사용하게 되면 드라이하고 태운 느낌으로 쓴맛이 느껴져 사용에 유의를 해야 하는 몰트입니다. 진한 색을 내거나 카라멜 몰트가 많이 들어가는 스타일의 맥주에서 단 맛을 잡기 위해 소량으로 사용되곤 합니다.

맥주 색이 진할수록 쓰고 도수가 높다?!

맥주를 고를 때 흑맥주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 ‘저 맥주는 도수가 높고 맛이 진하고 쓰겠지?’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도 있으실 거예요. 하지만 맥주의 색을 결정하는 몰트의 특징을 알고 나니 색상이 진하다고 맥주가 쓰거나 도수가 높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었죠? 맥주의 색상을 결정하는 요인이 몰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재료로 사용되는 만큼 맥주의 색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에서 더티 트렁크와 함께 선보인 다크 라거(Dark Lager)는 일반적으로 흑맥주라고 불리는 스타일의 맥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크 라거 중 많이 알고 계시는 맥주는 코젤(Kozel), 하이네켄 다크(Heineken Dark) 등이 있습니다. 이 맥주들은 기네스와 같은 다른 흑맥주들에 비해서 색이 밝아 검정색보다는 짙은 흑갈색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맛도 조금 더 가벼운 편입니다. 이러한 다크 라거 스타일은 쓴맛보다는 커피나 초콜릿과 같은 풍미가 은은하게 나타나곤 하며 도수도 비교적 높지 않습니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다크 라거도 짙은 흑갈색을 띠고 있지만 알코올 도수 4.8%에 IBU(쓴맛)은 12로 도수가 높지 않고 쓴맛도 적은 맥주입니다. 필스너 몰트, 카라뮤닉 몰트, 블랙 몰트, 밀 몰트 등의 여섯 가지 몰트를 사용하여 짙은 컬러를 가지고 있지만 맛이 쓰다거나 도수가 높지 않고 고소함이 매력적이며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맥주의 색으로 그 맥주의 특징을 예상할 수는 있지만 맛과 도수를 추측하여 선입견을 가지면 안되겠죠? 몰트가 맥주의 색상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으니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는 수제 맥주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하나 더 생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