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 커피 향을 입다
그래서 만나보았습니다!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커피향을 입혀준 웨일즈빈의 정영진 대표 그리고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김재현 브루마스터! 그들의 첫만남부터 커피와 맥주에 대한 그들의 철학,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이모저모까지 함께 들어볼까요?
정영진대표(이하 정): 저는 웨일즈빈의 정영진입니다. 저는 저를 ‘커피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생두부터 로스팅, 라떼, 핸드드립까지 모두 다루고 있고, 또 제조와 원두 납품도 하고 있죠. 꾸준히 커피 관련 책을 쓰고 있고 네이버 카페에서 객관화 된 지식을 바탕으로 피드백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로 저를 정의하기 보다는 커피에 대해 모든 것을 다루는 ‘커피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재현 브루마스터(이하 김): 저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김재현 브루마스터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보다 맛있는 맥주와 그와 어울리는 보다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고자 노력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Q. 두 분은 어떻게 서로를 알게 되었나요?
김: 제가 원래 커피를 좋아해서 여기 저기 맛있는 커피를 낸다는 곳을 찾아 다녔어요. 그러다가 웨일즈빈을 알게 되었죠. 커피의 맛도 맛이지만 정영진 대표가 커피에 대해 연구를 거듭하고, 로스팅에 대한 철학도 뚜렷하고, 웨일즈빈 커피의 모든 것이 제 기호에 정말 잘 맞아서 제 커피의 안식처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임페리얼 스타우트 양조에 웨일즈빈의 원두를 사용하기도 한 것이구요.
정: 처음에는 손님으로 김재현 브루마스터를 만났는데, 맥주와 커피라는 주제로 대화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어요. 저는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하나의 요리라고 생각을 하는데, 김재현 브루마스터도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하나의 요리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과정을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소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좋습니다.
정: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 보다는 첫 시작은 정말 ‘어쩌다가’였어요. 그런데 커피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맛있는 커피를 위한 객관화 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커피를 더 깊게 파헤치게 되었고 오랜 시간 동안 파헤치다 보니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파헤치는 과정이 힘들어서 더 애정이 생겼다고 할까요(웃음)?
김: 저도 원래 음식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베이킹도 하고 요리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맥주 양조였어요. 그런데 양조를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더 알아가고 싶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양조를 점점 더 깊게 파헤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애정도 더 생기게 되었죠. 정영진 대표와 비슷한 과정인 것 같아요
Q. 커피를, 그리고 맥주를 애정하는 두 분이 생각하는 맛있는 커피, 맥주는 무엇인가요?
정: 제가 생각하기에 맛있는 커피는 그 맛의 중심에 단맛이 있습니다. 이 단맛을 중심으로 산미와 고소한맛과 쓴맛이 어우러지는 것이죠. 최근 특정한 맛만 강조되는 커피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이 보다는 특정한 맛이 튀지 않고 조화를 이뤄서 보다 많은 대중들의 기호에 잘 맞는 커피가 맛있는 커피라고 생각해요.
김: 음식도 맥주도 맛있는 맛을 내는 구간을 찾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할 각오를 하고 관리를 타이트하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타이트한 관리는 손도 많이 가고 어렵기 때문에 이를 ‘적당히’해서 ‘적당한 정도의 맛’을 내려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이에 타협하지 않고 최고의 맛을 위해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것, 이것이 맛있는 맥주의 전제조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 원래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2017년 초겨울에 100번째 양조를 기념하기 위해 소량으로 출시했었어요.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고 좋은 맥주를 또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도 계속 들려와서, 원가 생각하지 않고 맛있는 맥주를 선보이자는 취지에서 다시 한 번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양조했습니다.
올해는 레시피를 바꿔서 작년보다 초콜렛 몰트의 캐릭터를 늘리며 단맛을 살렸고 이 단맛이 커피의 쓴맛과 발란스를 이루도록 설계했습니다. 또 작년과 달리 더 많은 양의 커피를 핫 브루 상태로 맥주에 넣었어요. 향 성분은 분자구조가 가벼워서 커피가 식을수록 향이 약해지는데 핫 브루 상태로 맥주에 넣음으로써 향을 살리고 또 알코올 성분에 의해 이 향이 잘 보존되죠. 그래서 작년보다 더욱 은은하게 커피향이 우러나오는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넣을 원두를 선택하실 때 특별히 고려하신 점은 무엇인가요?
정: 원두 선택과 로스팅에 있어서 향을 가장 중시했어요. 원두는 스페셜티 원두를 블렌딩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두가 콜롬비아 수프리모입니다. 스페셜티 원두 중에서도 콜롬비아 수프리모는 고지대에서 자라 조직이 치밀하고 맛과 향도 풍부하죠. 그래서 맥주에 넣었을 때 더욱 향을 풍부하게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로스팅에 있어서도 향을 최대한 원두 안에 가둬 놓는 로스팅을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번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넣은 원두의 핵심은 바로 ‘향’이네요!
Q.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언제 마시면 좋을까요?
김: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단맛과 쓴맛의 발란스가 좋기 때문에 음식과 페어링하지 않고 맥주 한 잔만 먹어도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죠. 그래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혼술로 즐기면 좋을 것 같아요. 또 휴일에 브런치를 먹고 나서 디저트처럼 후식주로 먹기에도 좋죠!
정: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맥주는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입에 머금고 맛과 향을 음미해야 하는 맥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흑백 임페리얼 스타우트도 천천히 조금씩 마시며 맛과 향을 충분히 느끼며 마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정: 저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맛있는 커피가 탄생하고, 이 맛있는 커피를 더 많은 대중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정착하면 좋겠어요. 커피인들은 지식과 정보 기반으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이를 접하는 대중들은 이 노력을 인정해주는 것이죠.
김: 저는 맥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좋아하는 맥주를 맛있게 마시고, 이를 통해 사고도 확장하고, 그 맥주 한 잔으로 사람들의 삶 자체가 즐거워졌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깨끗하게, 올바르게, 제대로 된 퀄리티의 맥주를 선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이고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맥주로 조금 더 즐거운 삶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