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 수제 맥주 가격에 숨겨진 비밀

2월 18, 2020 | 매거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52년 만의 주세개편’, ‘종량세로 전환국산 캔맥주 얼마나 싸질까?’, ‘종량세 전환으로 수제맥주 날갯짓’, ‘맥주 종량세 도입.. 수제 맥주도 4캔 만원?’, ‘종량세 전환으로 국산 맥주 역차별 사라질 것’.

2020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종량세. 종량세가 뭔지 주세법이 바뀌기 이전에는 어땠는진 모르겠지만, 맥주 가격이 내려간다는 것은 맥주 애호가들에게는 희소식이죠. 그런데 캔맥주는 가격이 저렴해지는데 생맥주와 병맥주의 가격은 오른다니.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길래 가격이 이렇게 변동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슬금슬금 올라옵니다

주세개편, 종가세? 종량세?

맥주 주세법 개편이 가져온 주세 및 총 세금 부담액 변화

주세법이 개정된 것은 52년만입니다. 52년 동안 유지되어온 체계는 종가세로 주류 제조업자가 제품을 출고할 때의 주류 원가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출고 원가는 원가, 유통비,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등이 합해져서 정해집니다.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소량 생산을 하는 수제 맥주 양조장의 제품들은 원재료를 소량으로 구매하고 몰트, 홉을 다양하게 사용하기에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대기업의 제품들보다 원가가 높아져 출고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이러한 종가세의 방식은 수제 맥주 양조장의 생산량에 비해 세금을 더 많이 낼 수밖에 없는 체계였어요.

반면에 수입되는 맥주들은 국내 생산 맥주들이 원가, 유통비,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등을 포함하여 산출한 출고 원가로 주세가 정해지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 수입 신고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정해졌어요. 그래서 국내 맥주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마실 수 있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2020년부터 시행된 종량세는 무엇일까요?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나 용량에 세금을 매기는 구조입니다. 출고 가격과 관계없이 동일한 양을 출고했다면 같은 세율을 곱해 주세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올해부터 시행된 종량세는 최근 2년 동안의 전체 출고량과 세액을 바탕으로 맥주의 기준 세율을 ℓ당 830.39원으로 정해졌습니다. 대기업 맥주, 수제 맥주 모두 종류에 상관없이 맥주의 원가가 높아져도 출고 된 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소량 생산을 하더라도 세금이 높아지지 않게 됩니다.

수입 맥주도 예외는 없습니다. 종량세가 시행되면서 온전히 수입되는 에 따라 세금이 부과됩니다. 고가로 수입되는 맥주는 세금이 낮아지고 저가로 수입되는 맥주는 세금이 높아져 이전보다 수입 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종량세 시대가 가져올 진정한 변화

세금이 낮아지고 출고 가격이 낮아지니 소비자 가격 인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커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는 캔맥주에만 해당이 되는 사항입니다. 생맥주(케그)와 병맥주 같은 경우에는 용기가 재사용이 가능하여 원재료 비용이 캔맥주에 비해 낮았기 때문에 종가세의 구조에서 오히려 세금을 덜 냈었어요. 종량세는 출고 원가에 상관없이 출고된 으로 세금을 매기는 체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생맥주와 병맥주는 세금이 증가하게 됩니다. 생맥주의 소비량이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년간 20%를 한시적으로 경감해준다고 합니다.

다양한 장르와 창의성있는 맥주를 선보이며 수제 맥주 시대를 꿈꾸다!

주세 개편으로 맥주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어요. 종량세를 시행하게 된 배경과 기대했던 효과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확인 하는 것입니다. 종량세로 변화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다양한 맥주를 만드는 수제 맥주 시장의 도약을 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과 동일한 맥주를 만들어도 세금이 덜 부과되기 때문에 기존에 가격이 부담되었던 소비자들에게 가격에 대한 걱정을 줄여줄 수 있게 되어 수제 맥주를 접할 기회를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잊고 무조건 싸게 공급하려고 원가를 낮추기 위해 원재료를 아끼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수제 맥주를 마실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종량세는 수제 맥주 양조장들의 도전에 발판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주세법이 개정되기 전엔 원재료 가격으로 세금이 많이 부과되어 소비자 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걱정하며 더 좋고 새로운 재료를 넣기가 어려웠던 경험이 있었어요. 이제는 이러한 걱정 없이 실험적인 재료들을 가지고 더 다양한 스타일과 양조를 하여 얼마든지 양조장만의 특색 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사랑하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가 2020년 종량세라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