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삶의 방식: 기웅 브루어

PGB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맥주, 그 다음은 바로 기웅 브루어다. PGB양조팀에서 가장 오래 있었던 브루어. 그 남자를 만나 보았다.

PGB 일산 양조장의 탭하우스에서 그를 기다렸다. 드디어 나타난 그는 페이스북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선이 굵은 눈매와 콧날,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남성적인 외모. 사진보다는 좀 더 묵직한 인상이라는 점이 조금 다르달까.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보았는데, 기웅 브루어는 왠지 소방관과 같은 이미지였다. 그러고보니 탭하우스에 접한 PGB 양조장도 왠지 모르게 소방서 차고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저기 뻗은 배관 때문일까? 왜 그런 인상이 드는건지 잠깐 생각해보려 했지만 바로 대화를 시작하여 그 의문은 뒤로 미루었다.

기웅 브루어와 인사를 하고 몇 마디 나누는데, 왠지 주의력의 절반 정도는 다른 곳에 쏟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쁜 시간에 인터뷰를 청하여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빠르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기웅 브루어님.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브루어 기웅입니다. 2016년 1월에 입사해서 PGB 양조팀에서 가장 오래 일했는데요. 이전에는 다른 양조장에서 일을 했고, 그 이전에는 요리를 했습니다.

PGB에서 주업무는 양조, 행사 담당, 케깅 및 캐닝, 설비 고치기와 이것저것 잡일도 다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모델도 하고 있습니다. (웃음)

어떤 계기로 PGB에 입사하게 되었나요?

집이 일산 대화마을이었는데, 집 앞에 양조장이 생겼다고 해서 놀러왔었어요. 그러다가 브루마스터이신 김재현 이사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같이 일해볼 생각 없느냐?”하셔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김재현 이사님은 전혀 몰랐고요.
제가 미신을 잘 믿는데요. 제가 행주 기 씨인데, 여기서 일하면 좋은 기운을 받을 것 같았어요. 파주 쪽에 친척도 많이 살고…

(진심인가 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자 그는 너털웃음을 보이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고, 새로 시작하는 양조장에서 일해보고 싶었고, 탭하우스에 왔는데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당시에 탭하우스가 같이 있는 양조장이 거의 없었거든요.

‘기웅’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단어 3개는?

과장, 오지랖, 멋.

사람한테 웃음을 주고 싶어서 과장을 많이 해요. 챙겨주고 싶어서 오지랖도 부리고요. 그리고 멋은, 일을 잘하고 싶다기보단 멋있게 하고 싶어요. 양조도 삽질도 멋있게 하고 싶어요.

가장 멋있는 순간이요? 음. 땀을 흘리고 땀을 닦은 모자를 던질 때인 것 같아요.

나에 대하여 남들은 잘 모르는 것은?

냉철함. 숨기고 싶은 제 성격이에요. 남한테 싫은 소리 하고 싶지는 않아요. 맥주를 평가할 때도 친한 사람 아니면 속으로만 생각해요.

(전화가 울렸다. ) 잠깐만요. 제가 지금 일하다 와서요. 제가 양조를 한 번 하면 자리에서 잘 못 일어나요.

(전화를 받으며)“지금 환일씨 뭐하고 있어요? 아 진짜요? 그럼 규선이나 시간 남는 분이 4200리터짜리 당도 두 번만 재주세요. 제가 지금 미팅 중이라서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기웅 브루어는 절반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 같았다. 다른 절반은 어디에 있는 걸까 했는데, 절반의 그는 아직 양조장에 있었다. )

스스로 자주 하시는 말씀이나, PGB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나요?

“~합시다”라는 말을 자주 써요. 그럼 같이 하는 느낌이 나잖아요. 제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말이 “~해, ~해라”에요.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고요. 앞으로도 안 할 거예요.

또 PGB에서 자주 하는 말은…(그는 잠시 고민하고는 이야기했다. ) 양조하는 날에는 다들 긴장되어 있어요. 그날 아침에 항상 하는 말은 누군가 “양조합시다!”라고 외쳐요. 그 말로 인해 모두가 귀를 쫑긋하고 긴장을 시작해요. 그리고 눈 깜작할 새 시간이 지나가 하루가 끝나요.

양조(이송)가 끝나면 다같이 “스톱!”이라고 외쳐요 “고생하셨습니다!”하고 청소를 들어가요.

PGB에서 가장 추천하는 맥주는?

헌치백. 제가 술을 잘 못 마셔요. 그래서 마실 때 맛있으면서도 센 것처럼 느껴지는 술이 좋아요. 헌치백이 도수가 4도밖에 안되거든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 분위기를 즐기면서도 안 취할 수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과 더 오래 있고 싶다면 헌치백!

브루어로서 산다는 것은?

스트레스. 어떤 작품이 나오기를 2주를 기다려야 해요. 열심히 하기만 하면 잘 되는 게 아니라, 최상의 이스트, 최상의 노력에도 잘 안될 때도 많아요. 과학이 아니에요. 주말에도 마음 편히 못 있고 항상 체크를 하게 돼요.

(시험을 보고도 성적표가 늦게 나오니까, 그때까지 조마조마 기다리는 기분이라고 한다)

“잘 되고 있을까? 온도 몇 도로 맞추어 놓았는데 발효 잘 되고 있을까? 효모들은 잘 살아있을까?”

밤에 자기전에는 맥주 탱크 계기판이 항상 머릿속에 있아요. 1번부터 8번까지 탱크가 있는데, 각각 몇 도인지 머릿속에 맴돕니다.

사람들에게’PGB의 기웅 브루어’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재미있었던 사람. 저는 장인에 안 어울려요. 장인은 아니었지만 재미있었던 양조사 이렇게 써줬으면 좋겠어요. 장인 이미지 안 좋아해요.

이번에 개발하고 계신 ‘웅 페일에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희 맥주들이 맥아와 홉 성향이 밸런스가 맞는 맥주들이에요. 그런데 그걸 깨뜨리기 위해 맥아의 느낌을 거의 없애고 레몬의 상큼하고 프레쉬한 맥주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맥주가 저희 회사에서는 나온 적이 없었거든요. 웅 페일에일은 레시피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라서, 어떻게 나올지 저도 모르겠어요. 출시는 아직 멀었어요.

최근에 직원들끼리 시험삼아 먹어봤는데 쓰레기라고 다 버렸어요. 저희가 맥주를 만들고 조금만 불만 있으면 다 버려요. 인터넷으로 소량 샀던 홉인데 상태가 안 좋았는데 역시나 맥주 맛이 별로 였어요. 그래서 다 버렸습니다.

앞으로 PGB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회사가 커지고 있어서 우려가 하나가 있어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거든요. 그래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회사 직원이 100명이 되도, 100명의 친구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

“나에게 맥주란 ______________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수단. 예전에 제가 요리를 할 때는 음식을 만들어서 음식을 가져다 줄 수는 없잖아요. 주방에서만 있으니까. 지금은 맥주가 캔에도 담기고, 케그에 담겨서 다른 가게에서도 팔리니까.

저와 손님들을 이어주면서도 저와 친구들을 이어주죠.

인터뷰를 마치며 다음번에는 술 한잔을 하자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에 기웅 브루어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활짝 웃으면서 빨리 잡자고 답했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아 기대됐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왜 처음 그를 봤을 때 소방관과 비슷한 인상이 풍겼던 것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언제 불이 날지 몰라 어디에 있든 10초 내에 소방차에 탈 수 있게소방차에서 멀리 떨이지는 걸 삼가던, 퇴근을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출동을 할 준비가 되어있던 소방관들. 내가본소방관이란 직업은 직업이라기보단 삶의 방식이라고 부르는 게 어울렸다.

직업이라기보단 삶의 방식이라 부르는 게 어울리는 직업을 소방관 외에도 또 하나 알게 되었다. 퇴근을 해서도 맥주 효모들이 잘 살아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브루어’라는 라이프스타일.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맥주가 이토록 큰 노고와 걱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알고 마셨다면 그 풍미와 맛이 또 다르게 다가왔을 터이다.

다음에 마실 PGB의 맥주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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