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대부 자손의 맥주 ‘선비탈: Scholar’

4월 18, 2018 | 매거진

양반 : “나는 사대부의 자손일세”
선비 : “아니 뭐라꼬, 사대부? 나는 팔대부의 자손일세.”
양반 : “아니, 팔대부? 그래, 팔대부는 뭐고?”
선비 : “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지.”
-하회별신굿탈놀이 中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잘 모르더라도, 자신이 ‘팔대부’의 자손이라 자랑하는 저 대목은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선비탈은 관객들에게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캐릭터였다. 어떻게 보면 탈놀이의 ‘악역’이랄까. 최종보스가 나중에 등장하듯, 선비탈은 PGB의 하회별신굿탈놀이 라인업의 마지막 8번째 맥주가 되었다.

 

3년 만에 완성된 하회별신굿탈놀이 라인업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하회별신굿탈놀이’ 라인업은 하회별신굿탈놀이에 등장하는 탈들을 모티브로 만든 맥주이다. 양반탈의 젠틀맨 라거, 각시탈의 미스트레스 세종, 중탈의 몽크 IPA 등. 그런데 딱 하나, 선비탈이 없었다. 선비탈은 좀 특별하게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왜 선비탈은 없나요?’라고 묻지 않았다(…)

‘선비’라고 하면 책만 읽는 지식인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선비들이 대단한 애주가들이었다는 것이다. 사서삼경을 공부하던 머리로 술 공부를 했으니, 요즘말로 하면 술에 관해서는 ‘맥덕’ 수준의 지식수준을 자랑했다. 조선시대에는 술을 마시는 것도 정신수양의 일종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선비탈을 쓰고 연기한 광대 자체는 천민, 양민이었다. 가장 서민적인 인물이 연기하는 선비 캐릭터. 이러한 ‘선비탈’을 모티브로 하다 보니, 이런 불가능한 목표를 꿈꾸게 되었다.

 

“맥주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맥주.
그러면서도 대중적인 입맛에도 부합하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맥주.”

‘맥주덕후’와 ‘맥주양민’을 동시에 만족시키겠다는 욕심. 모순적으로 보이는 목표. 잘못하면 애매한 맥주가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면서 걱정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도전해 볼만한 재미있는 목표였다.

 

우리의 답, ‘Scholar – Belgian Blonde’

 

우리가 택한 스타일은 벨지안 블론드다. 호가든으로 대표되는 벨기에 맥주는 그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맛과 향의 맥주들을 가지고 있다. 독일에서 시작된 맥주 순수령을 깡그리 무시하는 벨기에인들의 고집 덕이다. 다양함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맥덕의 입장에서 피해갈 수 없는 영역인 셈.

벨지안 블론드는 벨기에 밀맥주 특유의 달작지근함과 함께 은은한 꽃향을 맛볼 수 있다. 국내에 많이 시도되지 않던 스타일이라, 우리는 우선 블론드 에일 본연의 색깔을 최대한 살리는 데에 주력했다.

‘스칼라’는 여기에 산뜻한 청량감을 더했다. 꽃향과 청량감의 조화. 어떻게 하면 ‘맥덕’뿐 아니라 ‘맥민’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우리의 답이었다. 몇 모금씩 쉽게 넘어가는 시원한 목넘김을 경험한 후에 잔잔히 풍기는 꽃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알코올 도수도 ABV 5.4%로, ABV 6.0~7.5%의 일반적인 벨지안 블론드보다 낮추어 부담을 덜었다.

 

조선시대의 Playground (놀이터) ‘하회별신굿탈놀이’

 

탈놀이를 하는 사람들 광대들로 천민 신분이었다. 하지만 선비탈, 양반탈을 쓴 광대는 양반들에게 말을 놓고 맞담배를 필 수 있었다. 막말을 해도 괜찮았다. 쓰고 있는 탈의 신분이 탈을 쓰고 있을 때 만큼은 인정되었던 것이다. 위계와 격식이 갖는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하회별신굿탈놀이 라인업의 최종보스, ‘스칼라’는 4월 20일부터 일산/송도 탭하우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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